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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의 팬을 부러워한다

주절주절/히연1 2012/05/06 15:15 posted by 히연1
아이돌이라는 책을 읽고 나는 별 할 말이없었다. 이 책과 논쟁하기에는 마치 상민오빠가 마블에 그랬던 것처럼 아는 바가 참으로 일천하기 때문이다.

나는 진지하게 아이돌의 팬이 됐던 적이 없다. 마치 교양처럼 여겨졌던 과거 HOT나 GOD 멤버 이름도 간신히 외웠을 정도고 그 이후로 가면 나름 좀 좋아했던 에프엑스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심지어는 동경사변도... 그러나 아이돌 팬픽도 읽어봤고 노래도 들었고 어렴풋이 캐릭터도 들어 알고 있다. 나조차 알 정도면 정말 엄청난 영향력이다.

한편 팬이라 하면 여러 층위가 있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열혈 팬은 아니고 적당히 좋아하는 정도다. 그룹을 좋아한다면서 멤버 이름도, 노래 제목도 다 못 외우는 사람이 대다수다. 왠지 내 기준으로 팬이라고 하면 적어도 수나 언니가 홍배우를 좋아하는 만큼은 돼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출발해보자. 왜 나는 아이돌의 팬이 안 될까? 누군가는 내가 팬의 범위를 너무 완고하게 규정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 책에는 수용자가 왜 아이돌에 열광하는지에 대한 분석이 왠지 모르게 빠져 있는 듯 느껴진다. (내가 스킵했나?!!) 여기엔 "함부로 대중을 판단하면 안된다!"는 모종의 강박이 얼핏 느껴진다. ...무튼 이 문제는 약간 다른 문제니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자.

왜 아이돌의 팬이 되는가. 개인에게 달려 있다고 간편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일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여기도 사업 공식이 존재한다. 뜰 만한 애들은 뜬다. 언제나 그룹의 톱은 예상 가능한대로 인기가 많다. 왜 이런 말이 나올까. 과거부터 면면히 내려온 매력 요소들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청순함, 섹시함, 눈웃음, 귀여움, 친근함 등등 어쨌든 익히 보증된 여러 가지를 잘 조합해 캐릭터를 정제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소녀시대/원더걸스 팬을 나누듯 자신들의 정체성도 함께 정의한다.

그룹의 캐릭터, 멤버의 캐릭터... 다종다양한 이들 캐릭터는 단순하게 구축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강고하게 만들어진다. 실제로 육체를 가진 아이돌과 안드로이드 시유?의 속성은 그리 다르지 않지만 현실이라는 착시가 작용해 엄청난 파괴력을 만들어낸다. 아니 그리고 그들은 실제로 매력적이기도 하다! 절대로 폄하하고 싶지 않다. 고생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 개인과 아이돌 문화는 별개다. 아이돌은 그 매력에 매료될 팬이 필요하다. 무슨 아이돌의 어원 이런 걸 안 따져도 그 사실은 명백하다. 책에서도 잘 나왔듯 아이돌을 규정하는 것은 음악적인 것이 아니라 수용자와 결합된 어떤 현상이다. 그래서 아이돌은 사회학적으로 탐구할 만한 대상이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회 현상은 가치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잠시 내 입장을 밝히자면 지금까지 아이돌이 나타내는 이미지에 대해 나는 꽤 부정적이다. 적어도 내가 본 바에 의하면 기존의 안전한 이미지를 더욱 보수적으로 활용하고 포섭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만큼 우리 세대 문화를 묶을 키워드가 잘 생각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점은 더욱 우려스러운 점이다.

그러나 나는 아이돌 현상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가치평가를 내리고 ‘자본주의의 노예’ 등등의 진부한 칼날로 팬들을 재단하는 것은 이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현상은 무슨 과학적 팩트가 아니다. 열려 있는, 언제나 반전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나는 나와 내 세대를 위해 아이돌 문화를 잘 가꿔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향유해왔던 향유할 수 있었던 아이돌 문화는 우리의 토대기도 하다.

결국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아이돌 현상의 속성을 좋게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끔찍하게 계몽적일까? 어쩔 수 없다!) 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다. 나름대로 그 안에서 진보적인 가능성을 발견하고 옹호해 준다든가 지나친 것들은 비판한다든가 등등. 개입할 수 없는 문화는 보수적이기 쉽다. 어쨌든 적극적으로 훈수를 두는 일에 게으를수록 우리는 결국 우리의 문화를 잃어버리고 부여된 문화만 돈을 줘 가며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점에서 나는 아이돌의 팬들에게 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봤다. 구태한 활자 세대에 머물러있는 나보다는 최전선에서 자신의 새로운 형식의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전투력과 에너지를 느꼈기 때문이다. 변두리에서 가끔 팬픽을 읽는다든가 그 정도의 수혜(?)를 보는 나에게는 그들과 함께 푹 빠져 놀 수 없다는 사실이 모종의 콤플렉스였다. 사실 예전부터 나는 아이돌의 팬들을 시샘하고 부러워했던 것이다.

많은 것이 자본의 힘으로 획일화된다고 느낀다. 탑밴드에서 보여지듯 락앤롤 에너지도 예의바른 서바이벌로 윤색되는 현재 우리는 우리의 또래문화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트랜스픽션이 멋들어진 표정으로 화면을 째려볼 때 나는 왜 간지러운 거부감을 느꼈을까. 무튼 언제나 간단히 말하기 어려운 현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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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이 모임의 목적이 책읽고 글쓰고 주기적으로 만나는 핑계김에 놀기도 해 보자!... 뭐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비록 오늘 세미나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이뤄지지 못했지만서두, 이왕 소개하려고 준비했던 자료들이 있었고 (제 기준으론) 어느 정도 유익하기도 하니까, 참고자료인 셈 치고 포스팅해 둘게요. 큰 꼭지로 세 가지 정도 됩니다.

 

1. 슈퍼히어로의 탄생과정

 - 먼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히어로들 :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등등이 어떻게 탄생해서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익히 알고 계시겠지만 오늘날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산 슈퍼히어로 캐릭터가 운용되어 온 역사는 적게는 십수년에서 많게는 5~60년을 헤아립니다. 말하자면 2차대전 직후 미국이 슈퍼파워로 떠오른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이때문에 히어로물에 대한 비평들은 보통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을 슈퍼히어로의 캐릭터성과 한묶음으로 엮어보는 경향이 있죠. 헌데 이런 방식의 비평은 보통 지나치게 기계적인 은유로 환원되어버리는지라 (히어로 = 미국, 이정도면 직유인가?;) 개인적으로 딱히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작품에 대한 애정이 결여된 느낌이랄까요...

- 중요한 것은 이들 캐릭터가 수십년간 여전한 '인기' 를 누릴 수 있는 저력의 뒷배경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저는 그 창작 시스템에 비밀이 있다고 봅니다. 미국산 슈퍼히어로들은 보통 코믹스에 그 바탕을 두는데, 이 코믹스들의 창작과정이 재밌거든요. 일단, 작품이 작가에게 귀속되는 형태가 아닙니다. 캐릭터와 스토리의 저작권은 코믹스 회사 (DC, 마블로 대표되는) 에 귀속되고, 작가는 이를 위탁받아서 창작하는 형태인 거죠. 그래서 같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전혀 다른 작가의 독립적인 시리즈물이 무지무지하게 많습니다. 스파이더맨을 예로 들자면, 그냥 스파이더맨,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프랜들리 네이버후드 스파이더맨, 센세이셔널 스파이더맨, 스파이더 아일랜드... 등의 시리즈가 전부 같은 시기에 나와서 각각 스토리를 전개했죠. 이걸 다 챙겨보는 건 불가능합니다. "다 보는 게 가능한" 일본식 애니에 익숙한 사람이 가장 크게 당황하게 되는 부분이에요.

- 자, 스파이더맨의 소속사는 마블코믹스입니다. 마블코믹스는 캐릭터의 일관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작가들에게 창작의 자유를 허용하죠. 헌데 작가의 입장에서 이건 큰 제약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일단, 죽이면 안돼요. 주인공에게 큰 굴곡이 될만한 사연을 부여해도 안됩니다. 큰 의미에서 캐릭터를 '전개' 할 권리는 어디까지나 마블코믹스에게 있으니까요. 작가가 할 일은 마블의 뜻을 해하지 않는 선에서 서사가 아닌 캐릭터에 집중하는 것 뿐입니다. 열린 이야기, 즉 '에피소드' 밖에는 만들 수 없는 거죠. 시트콤 창작같은 걸 생각하시면 적절할 듯 합니다. 철저히 캐릭터에 집중하고, 서사는 잊혀집니다. 스파이더맨이 태어난 지 수십년이 됐지만 그간 일어났던 사건 중에 중요한 거라곤 손에 꼽을 정도니까요. 대신, 캐릭터는 공고하게 되죠.

- 어쨌건 그렇다면 마블은 스파이더맨을 어떤 캐릭터로 만들려고 할까요? 당연히, 잘 팔리는 캐릭터입니다. 배경사를 적절히 가져다 붙이고, 시대 변화에 따라 캐릭터에도 그럴싸한 굴곡을 부여하고... 미국 코믹스시장을 대표하는 마블과 DC 양사는, 이렇게 '잘 팔리는' 영웅캐릭터를 만드는 데에 수십년을 투자한 회사들입니다. 그 과정에서 굉장히 단순했던 초기의 슈퍼히어로 캐릭터들은 그럴싸한 배경사와 성격을 지닌, 상당히 트렌디하고 대중적인 인물들로 진화하게 되었죠. 수십년간 이 작업에 투자된 작가의 역량, 회사의 자본, 그리고 누적된 독자의 피드백은 단순히 천재작가 한두명의 노력이 쫓아갈 수 있는 무게가 아닙니다. 어떻게든 잘팔리는 상품을 만드려는 자본의 욕망이 수십년간 누적된 결과물이란 말이죠. 도요타가 자동차를 연구하고 삼성이 반도체를 연구하는 동안 이 회사들은 슈퍼히어로를 연구하고 있었던 겁니다.

- 사실 슈퍼히어로가 미국 개인주의의 산물이란 말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일본놈을 무찌르는 각시탈이란 캐릭터가 있었고, 북한에는 미제를 무찌르는 똘이장군이란 캐릭터가 있단 말이죠. 게다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어린이들이 즐겨보는 만화의 절대 다수는 "착한놈이 나타나 악당을 무찌르는" 이야기잖아요. 영웅과 악당의 대립은 너무나도 원초적인 플롯인지라 어느 나라나 민족의 성향에서 원조를 따진다는 게 무색해 보입니다. 사실 미국산 슈퍼히어로의 프로토타입도 찾아보면 북녘의 똘이장군이랑 다를 바가 없어요. 2차대전때 탄생한 캡틴 아메리카 같은 캐릭터의 초기 모습은 거의 텔레토비 수준이란 말이죠. 정의를 위해 뛰어나가 네 컷만에 히틀러를 무찌르는...-_-; 헌데 미국산 히어로들은 이후 수십년에 걸쳐서 자본과 자본에 고용된 천재작가 (예컨대 배트맨을 재창조한 팀 버튼 감독이라든지) 들의 정교한 개조작업을 받았고, 다른 나라에는 이런 시스템이 없었던 것 뿐이죠.

- 미국에 견줄만한 만화왕국이라곤 일본 정도인데, 재패니메이션은 유난히 "작가" 와 서사의 위상이 강한 "닫힌 이야기" 를 추구하는 편인지라 동일한 캐릭터가 재활용될 여지가 별로 없죠. 미국산 코믹이 캐릭터 위주의 상업적 성격을 띈다면, 일본산 코믹은 서사 위주의 작가주의적 성격을 띈다고 볼 수도 있고... 이런 건 따로 이야기할만한 주제가 될 수도 있겠군요. 재패니메이션에도 미국을 점령한 "캐릭터중심" 의 이야기 : 포켓몬스터의 예가 있으니까.

-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슈퍼히어로가 인기있는 건 그들이 그만큼 매력있기 때문이란 겁니다. 그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고 돈을 투자한 덕분이기도 하구요. 철저한 자본의 논리 아래에서, 캐릭터들은 무한경쟁을 펼칩니다. 매력 없는 히어로는 사장되기도 합니다. 안팔리면 단종되요. 스토리상 죽기도 하고... 죽었다 살아나기도 하구요. 대표적인 게 아이언맨 같은 캐릭터는 한동안 처박아 뒀다가 최근에 다시 꺼냈는데, 대박난 케이스죠. 캡틴 아메리카도 2차대전 후로 한동안 박아뒀다가 다시 꺼낸 케이스고. 이건 뭐, 세상에 약한 사람이 많아져서 영웅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런 말로 단순화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잘 만들었으니까 많이 보는 거에요. 그냥... 망조난 히어로 캐릭터가 얼마나 많은데... 가끔 사람들이 문화상품기획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서, 좀 아쉽기도 하고...

 

 

2. 마블 유니버스의 이해

 - 그럼 본격적으로 미국 코믹스의 양대 산맥, DC와 마블 중에 제가 잘 아는 마블 유니버스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해 봅시다. 정말 간략하게만 이야기할 겁니다. 겁먹지 마시고...

- 마블 '유니버스(Universe)' 라고 함은, 즉 마블에게 저작권이 귀속된 캐릭터 전부가 "같은 세계에서" 활동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토르, 헐크, 울버린, 캡틴 아메리카 등등의 캐릭터들이 같은 세계에서 활동하며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거죠. 코믹스에서는 이들 히어로의 집합인 '어벤져스' 시리즈가 시작된 이래로 이삼십년 가까이 지속된 세계관이고, 이제 캐릭터 각각의 이야기는 사실상 많이 중화됐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스파이더맨이 주인공인 코믹스를 봐도 아이언맨이 나오고, 아이언맨에도 헐크가 나오고... 다만 이제 막 초기 시리즈가 시작된 영화에서는 좀 낯설 수 있겠죠. 흠... 암튼 최근 마블 슈퍼히어로 캐릭터들의 진화는 대부분 슈퍼히어로 상호간의 관계와 갈등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코믹스 사업의 연장으로 보고 있는 마블 입장에서는 영화판 어벤져스의 개봉이 필연적이었을 겁니다. 성공할지는 미지수지만서두... 여하튼 마블 유니버스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뉩니다.

- 첫번째가 판타스틱 포(Fantastic Four). 영화도 개봉했다가 큰 재미는 못 본 걸로 아는데, 여하튼 역사는 참 오래된 캐릭터입니다. 우주로 나갔다가 태양폭풍에 휘말리는 사고를 당해서 초능력을 갖게 된 네 명의 과학자... 들이죠. 몸이 쭉쭉 늘어나는 미스터 판타스틱, 보호막도 만들고 투명화도 되는 인비저블 우먼, 불꽃을 일으키는 휴먼 토치, 돌처럼 생기고 힘 쎈 더 씽. 네 명으로 이루어진 팀입니다. 주로 지구의 일에 관여하기 보다는 우주로 모험을 떠나고, 우주에서 닥쳐오는 모험에 맡서고, 다른 차원으로 떠나는 등등... 달에 인간을 쏘아 보내던 60~70년대의 감수성이 물씬 묻어나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룹니다. 실제로 상당히 낙천적이고, 전반적으로 밝은 색체의 시리즈물이죠. 근데 이젠 시대가 좀 많이 변한지라... 요새는 그다지 인기는 많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ㅡ.ㅡ

- 두번째가 엑스맨(X-men). 관련 영화도 많이 개봉했고 평가도 좋았죠. 초능력을 가진 소수의 인간들, 즉 돌연변이들이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뭐 울버린, 자비에르 박사, 매그니토... 이런 사람들은 아시...죠? 이 시리즈의 경우, 초창기에는 자비에르와 매그니토의 대립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었습니다. 더 단순히 말하자면 착한놈과 나쁜놈의 대결이에요 그냥; 자비에르 박사는 착한 사람, 매그니토는 지구를 정복하려는 나쁜놈... 헌데 시대가 흐르면서 시리즈 자체가 소수자의 생존에 관련한 은유로 변화하게 됩니다. 자비에르 박사는 인류와 공존하려는 돌연변이 세력, 매그니토는 돌연변이가 인류진화의 결과라고 믿으며, 더 발전된 종이 인류를 정복하고 세계를 지배해야 한다는 돌연변이 세력. 그 와중에 인류는 둘 다 싫어해서 착한 자비에르 박사는 착한 일 하고도 핍박받고... 뭐 이런 이야기였죠. 요새는 이 대립구도도 거의 사라지고, 어떻게든 인류와 독립해서 "살아남으려는" 돌연변이들과 참 집요하게 이걸 방해하고 핍박하는 인류의 대립구도가 되어버렸습니다. 워낙 노골적으로 사회적 소수자의 은유가 되다보니... 성적 소수자 담론에서 엑스맨의 이야기 구조를 인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더라구요. 인기는? 좀 매니악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세번째가 어벤져스(Avengers). 토르,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가 중심이 된 '슈퍼히어로 팀' 인데, 실질적으로 마블 유니버스의 중심이자 나머지 두 부류의 이야기를 포괄하기도 하는 이야기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벤져스의 기원은 천둥신 토르의 동생인 로키(Loki)의 음모에 대항하게 위해 히어로들이 뭉친 거라고 하는데... 역시나 '뭉치면 팔릴만한' 캐릭터들을 모아다가 팔아먹어 보려던 게 그 기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워낙 개성이 출중한 캐릭터들을 모아놓은 만큼, 어벤져스의 주 이야기는 이들 히어로간의 갈등과 화합입니다. 뭐 사소한 일로 다투다가 진정한 위험 앞에서 힘을 합치는 이야기 따위... 헌데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가 질려가기 시작하자, 슬슬 히어로간의 "갈등" 을 주 에너지원으로 삼는 이야기가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사소한 다툼이 아니라 진짜 가치관의 차이 때문에 갈라서고 싸우는 거죠. 요새 마블 유니버스의 대세가 '히어로끼리 싸우게 하고, 악당은 그 후에 투입한다' 라고 하는데... 이런 경향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시빌워(Civil War)라는 이벤트입니다. 세번째 꼭지가 이거에요. 흠흠...

- 이상 마블 유니버스를 간략하게 살펴봤습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각 시리즈의 원형은 마블 유니버스의 탄생 시기라 할 수 있는 60~70년대의 세계관을 고스란히 반영하면서도, 21세기의 외양에 걸맞게끔 진화를 거듭해 왔다는 거죠. 물론 이게 항상 성공하는 건 아니라서, '무한한 우주로 떠나는 모험' 정도가 모토라고 할 수 있는 판타스틱 포 같은 경우에는 그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요새는 어쩐지 어벤져스 시리즈에 얹혀가는 느낌을 많이 받곤 합니다... 흠흠

- 물론 여기까지의 설명이 지나치게 오덕스럽다고 느낄 사람도 있을텐데 ㅋㅋ; 마블은 영화사업을 코믹스 사업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곧 코믹스에서 형성된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다가 '열린 이야기' 를 만드는, 코믹스에서 작가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유난히 작가적인 입김이 강한 감독들은 다 짤렸습니다. <헐크>의 이안 감독은 영화가 망했으니 그렇다 치고, <스파이더 맨>을 대히트 시킨 샘 레이미도 얄짤없었습니다... 고로 앞으로 개봉할 마블 코믹스 영화들은 여기서 설명한 '마블 유니버스' 의 큰 테두리 안에 있게 될 겁니다. 마블 경영진은 일단 이야기의 완결성보다는 마블 생태계의 확장이 중요하다고 보는거죠. 그게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의 파급력도 충분히 알고 있고...

- 이 점에서 DC코믹스는 맥을 좀 달리합니다. DC의 간판 히어로인 슈퍼맨이나 배트맨 같은 경우엔 오히려 영화에서 이루어진 재해석에 많은 덕을 본 편이죠. 그렇고 그런 자경단 캐릭터에 불과했던 배트맨을 우울하고 신경질적인 영웅으로 재탄생시킨 팀 버튼의 배트맨 시리즈나, 최근에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나이트>가 받은 평단의 환호가 그렇고, <슈퍼맨 리턴즈>나 <스몰빌>시리즈도 그렇고... 아 DC쪽은 잘 모르겠네요;

 

 

3. 시빌 워 : 가면을 쓴 영웅의 고뇌

- 마블 유니버스의 거대 이벤트였던 시빌 워를 간략히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 일군의 젊은 히어로들이 활동중에 사고를 일으킵니다. 스쿨버스 한 대가 날아가고 사람이 무수히 죽죠.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미국 정부는 '초인등록법' 을 발의합니다. 모든 슈퍼히어로들을 정부에 등록시키고 정부의 허가 하에 활동하게끔 하겠다는 거죠. 슈퍼히어로 사회는 크게 동요합니다. 아이언맨과 판타스틱 포의 리드 리처드 등은 정부에 찬동합니다. 반면에 캡틴 아메리카를 중심으로 하는 히어로들은 정부에 반대하며 지하로 숨어들죠. 결국 두 패로 나뉜 슈퍼히어로들은 지지고 볶고 싸우다가 몇 사람이 죽고... (주로 인기 없는 애들...;) 아이언맨에게 설득돼서 대중 앞에서 마스크를 벗어버린 스파이더맨의 가족이 결국 테러를 당하기도 하고... 어쨌든 갈등은 심화되는데...

- 두 패의 히어로들이 대립하는 과정은 이제껏 슈퍼히어로물이 얼마나 가파른 진화의 길을 걸어왔는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내가 정의의 편에 서 있는지, 내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지, 내가 힘을 휘두르는 방식이 옳은 건지 고민한 적도 없고 고민할 필요도 없었던 이들을 단체로 다원적 세계관에 몰아넣고 혼란에 빠지는 걸 지켜보는 거지요. 이들은 공공연히 '가면을 벗고' 대중 앞에 나설 것을 종용당합니다. 하지만 슈퍼히어로에게 가면은 단순히 신분을 숨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가면을 쓰고 정의로운 행위를 한다는 건 사사로움에서 벗어나서 정의의 화신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니까요. 예를 들어, 스파이더맨은 정체를 철저히 숨기기 때문에 숙모 메이나 아내가 보복으로 위기에 처할 것을 걱정하지 않고 악당을 벌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정체를 숨기지 않는 아이언맨은 완전히 사사로운 - 정치적인 맥락 속에서 활동할 수밖에 없지요. 아이언맨은 미국 대통령도 주기적으로 면담하고, UN 총회에도 참석하는 캐릭터니까요.

- 어찌됐건, 시빌 워의 최종 승자는 아이언맨입니다. 압도적인 찬성여론 아래 초인등록법은 실행되고, 반대하는 영웅들은 전부 감금돼요. 이는 초월적인 영웅의 시대에서 사사로운 영웅의 시대로 세상이 바뀌었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결말이기도 하죠. 다만 이후의 전개과정이 마냥 아름답지는 않습니다. 뭐 몇 년에 걸쳐서 서서히 진행되긴 했지만... 그린 고블린을 위시한 악당들이 권력을 잡고, 아이언맨은 추방당하고, 스파이더맨의 숙모 메이는 저격당하는 등등...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어두운 에피소드들이 줄줄이 이어집니다. 특히 캡틴 아메리카의 죽음은 많은 미국인들에게 충격을 안겼다고도 하는데... 설명하자면 길고... 중요한 것은 초인등록법에 반대했던 이들, 즉 이전 시대의 초월적인 영웅들이 소멸하며 마지막으로 경고했던 모든 일들이 다 일어났다는 점이죠. 이건 뭘 말하는 걸까요?

- 영웅들이 더 이상 '옳은 결정' 을 하지 않는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한편으로는 '옳은 결정' 이란 것 자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어떤 점에서 옳다 하더라도 어떤 점에서는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죠. <다크나이트>의 배트맨이 처하게 되는 딜레마도 그렇습니다. 조커라는 미친놈은 배트맨 때문에 존재하죠. 조커를 없애는 방법은 배트맨 자신이 활동을 그만두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영웅과 악당이 동전의 양면인 배트맨의 세계는 그를 끝없이 좌절시킵니다. 그래서 배트맨은 좌절하는, 늘 우울한 영웅이죠. 그의 결정은... 그냥 옳다고 생각하는 걸 하는 겁니다. 묵묵히. 묵묵히... 맨날 탈옥하는 조커를 잡아넣는 일을... (사람 죽이는 건 신념에 어긋난다고 죽이지도 않아요...)

- 사실 오늘날의 슈퍼히어로들은 고뇌 끝에 올바른 길을 간다기 보다는 고뇌 끝에 굳은 의지를 갖게 된다고 설명하는 게 옳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표현을 빌자면 그들은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이상해지더라도, 내 정의가 너의 정의와 다를지라도, 내 힘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더라도, 그냥 밀고 나가다보면 언젠가는 흥하리라. 안 흥하면 어쩔꺼야... 같은 믿음이랄까.

- 슈퍼히어로 캐릭터 각각에 대한 평도 하고 싶은데, 이건 나중에 내 블로그에서 해야지...

저작자 표시

  우선 해명합시다. 이 책을 고른 건 이 책에서 뭔가 얻어가자는 건 아니었어요. 그저 주제만 던져주면 그만이었지. 그리고 그런 의미에선 꽤 성공적이지 않았나요? 까기도 편하고. 주제도 명확하고. (......) 어쨌든 아래 글로 슈퍼히어로 발제는 마감할게요. 사실 저보다 여러분이, 특히 김선빈이 슈퍼히어로에 대해서는 발제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네요. 평소 생각하던 주제가 아니다보니 글 자체도 그저 원문에서 생각을 발전시킨 정도, 다른 시사점은 그다지 잘 모르겠네요.

스타십 트루퍼스와 스타트렉 역시...... 잘 모르는 분야입니다. 아, 제 영역에서 벗어나는 걸 피하기 위해 대중문화로 바꿔놓고 왜 다시 슈퍼히어로와 SF랍니까...... 제가 무슨 짓을 한 걸까요. 다음 발제하시는 분은 저를 살려주시길. 아무튼 이 영역 발제는 그냥 간단하게 끝내겠슴당.

저자는 성차별의 근거로 군대를 내세우는 한국 남성들이 하는 "아, 그럼 군대를 가시든지......"를 질문으로 던져놓고 왜 딴소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군대 얘기를 합니다. 참전용사를 중심으로요. 스타트렉을 군대의 가장 '합리적인' 용례로, 스타십 트루퍼스를 군대의 가장 '비합리적인' 용례로 들고 있는데요. 뭐 사실 저는 둘 다 안 봤으니 모르겠지만, 그저 저자가 들어 놓은 근거로만 볼 땐 그 둘의 차이점을 잘 모르겠거든요. 오히려 벌레랑 싸우는 쪽이 더 합리적인 것 같은데. 제국이랑 싸우는 건 하나의 문명과의 싸움 아닌가요? 오히려 아무 불만과 불평없이 일사분란하게 싸우는 스타트렉 쪽이 더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건 저 뿐인가요?

  뭐 저자는 제껴두기로 했으니 제껴두고, (제 얼굴에 침뱉기라......) 군대에 대해서 이야기 해봅시당. 군사적 충돌은 외교적 노력과 정확히 반비례합니다. 최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서 특히 많은 집중이 몰렸는데요. 이 집중의 경우 해군기지 건설의 필요성에 쟁점이 분산된 감이 있었습니다. 당장의 문제는 그게 아닌 것 같은데. 그만큼 안보와 군사에 대해서는 찬반의 입장과 첨예함이 날카로운 셈이겠죠. 기지 건설의 입장에서는 동북아 안보와 해군기지의 현 실태 등을 내세웠고 반대의 입장이야 군국주의에 대한 경계와 평화지향의 역행 정도가 근거였던 것 같습니다.

  군사력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너무 뻔한 결론 말고, 군대와 안보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부터 근본적으로 질문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우선 군대는 필요한 것인가요? 그리고 "아, 그럼 군대를 가시든지......"도 사실 고리타분하고 지긋지긋한 문제지만 끊임없이 나오는 문제입니다. 스타트렉과 스타십트루퍼스 중 어느 쪽이 파시즘적인 군대형태인지도 논의할 법하네요. 그리고 강정마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강정마을의 문제가 아니라 해군기지를 건설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의 다른 층위로 올라가도록 하죠. 강정, 제주와 같은 지역의 특수성이나 건설의 절차같은 절차상의 문제를 제외하고요, 뭐 일단 생각 나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사실 제 생각엔 슈퍼히어로에서 다 진을 뺄 게 뻔해 보이네요;